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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해외초청작 ‘울트라월드’ 프리뷰
‘인생’이라는 게임의 공동 제작자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해외초청작으로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독일 베를린 폴크스뷔네가 제작하고, 주자네 케네디(Susanne Kennedy)가 연출한 ‘울트라월드(Ultraworld)’이다. 국립극장에서 해외 단체를 초청한 것은 2016년 프랑스 테아트르 드라빌의 '코뿔소' 이후 5년 만이다. 더욱이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2020년부터 예정돼 있던 해외초청작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기 때문에 이 작품의 공연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현실을 다루는 작품의 주제와 이를 구현하는 강력한 시각 효과가 독보적인 작품으로 여러 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줄 작품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 ⓒJulian Roder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Julian Roder

코로나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공연계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공연을 비롯해 공연을 녹화해 상영하는 콘텐츠에 관람료를 지불하고 보는 것도 더는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얼마 전 대만 국립극장은 유럽 극단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공연을 대체할 방법을 고안해 냈고, 관객과 공연계 종사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공연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도 이미 많은 점이 달라졌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미팅은 일상이 됐고, 단순한 재택근무를 넘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에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점점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에 ‘직접’ ‘실제’ 극장에 와서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보려는 관객은 여전히 존재할까?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미처 준비할 새 없이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울트라월드’는 미래를 예견한 듯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주자네 케네디는 1977년생의 젊은 연출가로, 현재 독일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Women in Trouble’을 시작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극장 폴크스뷔네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울트라월드’는 2020년 1월에 처음 발표한 작품으로 가상현실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연출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평범하게 느끼던 세계, 환경이, 즉 일상이 실제로 얼마나 특별하고, 이상하며, 놀라운지 이야기한다. 특히 ‘울트라월드’는 코로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혹은 익숙해지는 가상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이 공연의 시작은 마치 컴퓨터 게임에 접속하는 것만 같다. 또한 동시에 관객은 연출가와 세트 디자이너 마르쿠스 젤크가 무대 위에 가상현실을 창조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어떻게 세상이 창조되고, 어떻게 인간이 창조됐는가? 우리는 여전히 현실에 살고 있는가? 이 한계는 존재하는가? 우리 삶을 통제하려는 욕망은 결국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연출가는 가상현실 세계를 무대 위에 창조하고, 이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서사를 시작한다.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 ⓒJulian Roder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Julian Roder

주인공 프랑크(Frank)는 다양한 패턴과 풍경으로 가득한 미로를 탐험하는 게임 속에 던져진다. 프랑크 외에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게임 속 가상현실인 울트라월드에 갇혀 목소리만 등장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에 의해 반복적으로 테스트를 받고, 죽는 과정이 반복된다. 등장인물들은 반복을 통해 습득한 지식으로 점점 처음과는 다르게 행동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크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이 상황을 깨뜨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든지 그의 운명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통제가 불가능한 가상현실 속 주인공의 여정은 어느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로 다가온다. 필멸의 고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그 끝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게임 속 세상을 통해서 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상세계에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연출가는 우리를 인생이라고 부르는 게임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시킨다. 이 게임의 궁극적 결론을 알고 있지만, 유일한 탈출구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들은 ‘울트라월드’라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 ⓒJulian Roder ‘울트라월드’ 공연 사진ⓒJulian Roder
글. 조화연 국립극장 프로듀서로 현재 공연기획팀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NTOK Live+(엔톡 라이브 플러스)와 해외초청작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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