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한 마디

손열음
누구도 걷지 않은 음악 길
열매를 맺는다는 귀한 이름을 지닌 그는 기획자이자 작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음악계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음악가로서 해야 할 가치를 좇아 예술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는 어떤 말을 남겼을까.

K-클래식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아침에 국제 콩쿠르 스타 몇 명이 이룬 업적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 이룬 쾌거다.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K-클래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인 손열음도 그중 한 명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손열음과 같은 길을 걸었던 연주자는 없다. 꼬마 영재 음악가로 시작해 국제 콩쿠르 스타로 세계를 누비며 예술감독·진행자·기획자·작가까지. 예술을 향한 에너지가 큰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를 가장 좋아했고, 당연히 피아노 연주가로 살아갈 것이라 믿었던 그는 우리나라 음악계의 역사를 만드는 음악가로 불린다.
강원도 원주 토박이인 그는 전형적인 신동의 수순을 밟았다. 미국 오벌린 국제 콩쿠르(1999), 독일 에틀링겐 국제 피아노 콩쿠르(2001),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콩쿠르(2002)에서 최연소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열다섯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전형에 최연소로 합격해 김대진 교수에게 피아노를 사사했다. 졸업 후에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에서 아리에 바르디 교수에게서 그가 지금까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새로운 음악을 다시 배웠다.
2011년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폐막 직후 매거진 『톱클래스』와 인터뷰하면서 “음악가로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콩쿠르에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그가 예술가로 하는 여러 활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시 그는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연주회를 하러 다니느라 무척 바쁘게 지냈다. 콩쿠르 경력을 더 쌓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토록 열심히 국제 콩쿠르에 참가한 것은 자신의 연주를 더 많은 이에게 선보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열음은 그저 자신의 연주 준비만 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아니다. 그동안 어떤 피아니스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길을 선택해 걷는다. 새롭다면 새로운 연주자의 전형이다. 그는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 MBC <TV예술무대>의 진행자, 세계 유수의 연주 단체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를 한데 모아 하나의 무대를 만드는 고잉 홈 프로젝트 기획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실현해 왔다. 특히 그가 지난 2018년 3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후 연 총 다섯 차례의 평창대관령음악제, 네 차례의 대관령겨울음악제는 눈부시게 발전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젊은 예술감독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을 엮은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2015)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그의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을 가득 담았다. 손열음답게 쓴 솔직하고 담백하며 창의적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7월 손열음은 또 한 번의 색다른 무대에 오른다. 올해 14회를 맞는 국립극장의 2023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작인 <백야>에서 대금 연주자이자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이아람과 틀을 깬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총 9곡을 선보이는데, 손열음은 토이 피아노, 프리피어드 피아노, 하프시코드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손열음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다. 연주하는 중간에 중얼거리는 버릇과 종잡을 수 없는 미세한 표정까지, 마치 하나의 예술 장르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연주를 듣고 행복하다는 관객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 갈 미래의 음악이 기대되는 것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믿음직스럽고 바람직한 예술가의 시간이 잘 흐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참고 자료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손열음 저, 중앙북스 펴냄)
『톱클래스』 2011년 9월호

글. 정은주 음악 칼럼니스트. 서양 음악가들의 음악 외(外)적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하며 산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발칙한 예술가들』(추명희·정은주 공저), 『나를 위한 예술가의 인생 수업』을 썼다. 현재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월간지, 『월간 조선』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부산mbc <안희성의 가정 음악실>에 출연하고 있다.

일러스트. romantic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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