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배움

국립극장 <토요클래스>
학구열에 얹은 시김새와 디딤새
수강생들이 비전공자 대상 심화 과정 <토요클래스>에서 보여준 모습은
학구열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뜨겁고도 강렬했다.
강사로 나선 이영태 단원과 장현수 단원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 위에 시김새와 디딤새를 살포시 얹었다.

한 단계 끌어올린 배움의 수준

Q. ‘월간 국립극장’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영태 반갑습니다! 1991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 33년째 창극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영태 단원입니다. 입단 첫해에 비전공자 성인반 보조 강사를 맡은 이후 33년 만에 비전공자 심화 과정인 <토요클래스> 강사로 용기 내어 나섰습니다.
장현수 안녕하세요, 1996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장현수입니다. 저도 이영태 단원님과 마찬가지로 1999년에 한 차례 성인 기본반 강사를 맡은 적이 있는데요.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라서 설렘 반 긴장 반으로 <토요클래스>를 진행했어요.

Q. 올해 처음으로 운영된 비전공자 심화 과정인 만큼 수업 전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 <토요클래스>의 교육 중점 사항은 무엇이었나요?
이영태 각지에서 기본기를 어느 정도 다지고 오신 분들인 만큼 판소리 교육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느린 진양조장단부터 가장 빠른 휘모리장단까지 판소리의 모든 장단을 하나씩 가르치는 가운데 각 장단에 맞춰 우조와 계면조를 두루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세부 커리큘럼을 구성했는데요.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 따라와 주셔서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장현수 한국무용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승 무용인 살풀이를 중심으로 수업을 풀어나갔어요. ‘한국무용을 경험했다지만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살풀이를 가르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자문도 했지만, 오히려 경험과 고정관념이 없는 분들이기에 개개인의 감정을 춤사위에 잘 녹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도전해 봤어요.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죠.

Q. 여러 경로를 통해 제각각 판소리와 한국무용을 배우고 온 수강생이 모였기에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있었을 텐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이영태 판소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특정한 음이나 가락 앞뒤에 붙여 원음을 꾸며주는 시김새인데요. 저는 매 수업의 시김새를 3단계로 나눠 각각의 녹음 파일과 악보를 수업 전에 미리 SNS 단체 대화방에 업로드하고, 어느 정도 연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수업할 때도 단계별로 시범을 하고 촬영이나 녹음을 하시라고 말씀드렸고, 이 파일을 다시 단체 대화방에 올려서 공유했죠. 아울러 수업 중 틈틈이 수강생 개개인의 물음에 답하는 데에도 신경 썼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수강생이 통일된 일정 수준이 아닌 각자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했습니다.
장현수 제가 수강생에게 가르쳐 드리려고 한 살풀이는 총 7~8분 정도의 분량이었는데요. 이를 수업 회차에 맞게 잘게 쪼개서 같은 동작의 시범을 반복적으로 보여드리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아울러 춤의 세세한 기술보다는 각자의 감정선에 따라 살풀이를 바라보고 풀어낼 수 있도록 한국무용과 살풀이의 정서와 깊이, 매력을 더 많이 전해드리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춤의 디테일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각 수강생의 춤사위에서 나름의 맛과 감성이 묻어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한국무용을 즐기실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흐뭇했답니다.(웃음)

국립무용단 장현수 안무가

모두가 만족한 감동과 힐링의 시간

Q. 수강생들의 열정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장현수 달콤한 토요일의 게으름을 기꺼이 포기하고 국립극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분들답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물론 각자 본업이 있는 분들인 만큼 이전 회차에서 배운 내용을 완벽하게 연습하지는 못하셨지만, 제가 가르쳐 드린 한국무용과 살풀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부분에서만큼은 ‘어쩌면 전공자들보다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했어요. 전공자는 그간 배운 것들과 긴 세월 동안 형성된 주관 혹은 고정관념 때문에 오히려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까요. 수강생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공자로서 오히려 힐링이 됐어요.
이영태 결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 수업에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회차마다 50분 수업에 10분 휴식하고 다시 50분 수업, 이런 식으로 진행됐는데요. 50분을 몰입해서 배웠으면 10분 정도는 쉴 법도 한데, 이분들은 그 시간마저 아까워서 화장실도 안 가고 연습을 거듭하셨어요. 쉬는 시간에도 궁금한 점을 계속 물어보시는 통에 오히려 제가 좀 쉬어야겠다 싶어서 강의실을 벗어난 적이 있을 정도였죠.(웃음) 저도 장현수 단원님 말씀처럼 수강생의 학구열에 감동했고, 덕분에 제가 하는 판소리와 창극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수강생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장현수 한 수강생이 연습하는 와중에 저와 수강생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계속 촬영하시더라고요. 어떤 날은 동영상을 찍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여서 내심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분이 저와 수강생의 모습을 손수 편집해서 단톡방에 공유해 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제가 어떤 부분을 더 가르쳐야 하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수강생도 각자가 춤추는 모습을 제삼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 무척 좋다고 하셨죠.
이영태 저도 유독 정 많았던 수강생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서먹함이 감돌던 수업 초반에 ‘선생님과 우리가 더 끈끈하게 뭉쳤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면서 손수 장충동 족발 회동을 주선하셨어요. 강의실이 아닌 편안한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다음 회차부터 수업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하게 변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했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Q. 초청 강사 특강도 1회차 진행됐는데, 이때는 어떤 내용을 다뤘나요?
장현수 모든 수강생이 여성이시고 저도 다소 얌전한 성격이라서 특강 시간에는 특별히 유머러스하고 활동적인 남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혹시 초청 강사님이나 수강생이 불편하실까 싶어 일부러 자리도 피해 드렸는데요. 다음 주에 어떠셨냐고 물어보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하시면서, 제가 설명한 부분과 초청 강사님이 설명한 부분의 차이점을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자세히 설명해 드렸더니 한국무용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결 넓어졌다며 좋아하셨어요. 제가 의도한 바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순간이었죠.
이영태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에 보면 ‘광대치례’라 하여 소리꾼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조건이 나옵니다. 첫째는 외모와 인품을 아우르는 ‘인물치례’, 둘째는 사설을 잘 풀어내는 ‘사설치례’이고, ‘득음’과 ‘너름새’를 그다음으로 꼽았는데요. 초청 강사 특강 시간에는 둘째 덕목인 사설치례에 대한 부분을 잘 설명해 주실 선생님을 모시고 판소리 사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수강생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라며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국립창극단 이영태 단원

설렘과 행복의 유익한 공존

Q. 올해 <토요클래스>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영태 수강생에게 소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 즐기는 법을 알려줬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소리를 즐길 줄 알게 됐으니 무엇보다도 연습할 때나 공연을 관람할 때 스스로가 즐거워서 좋고, 더불어 주변 사람에게 소리의 즐거움을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 더 좋죠. 국립극장 입장에서도 열성 창극 팬을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토요클래스>는 모두에게 ‘윈윈’이었던 셈입니다.
장현수 서양 춤과 우리 춤의 결정적 차이는 디딤새와 호흡인데요. 우리 춤 특유의 섬세한 디딤새와 정갈한 호흡에 집중해야 보는 사람에게 감정이 잘 전달된다는 부분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이에 대해 잘 이해하신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국립극장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 주셔서, 전속단체 단원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했어요. 이 점은 제가 수강생에게 얻은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토요클래스>에 참가하실 예비 수강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현수 전공자처럼 무언가를 완벽하게 익혀서 돌아가시겠다는 생각보다는 각자의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힐링하기 위해 <토요클래스>에 참가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워야 할 전통예술이 ‘꼭 무언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짐이 돼서는 곤란하니까요. 그러니 부담 없이 오세요. 그 이상의 기쁨으로 보답하겠습니다!(웃음)
이영태 국립극장 전속단체에 속한 단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수준이 정말 높은 분들입니다. 전속단체 단원에게서 전통예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직접 오셔서 국립극장 특유의 정취와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끽해 보세요!

Q. 나에게 <토요클래스>란?
이영태 저는 항상 일할 때 설렘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렇기에 거꾸로 제가 맡은 일은 대부분 설렘이 담긴 것들인데요. 매번 <토요클래스>를 통해 수강생을 만날 때마다 설렘을 느꼈고, 지금도 수업 당시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설렙니다. 따라서 저에게 <토요클래스>는 ‘설렘’입니다.
장현수 ‘행복한 경험’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제가 그간 춤을 추고, 안무를 만들고, 전공자를 가르치면서 느낀 행복과는 또 다른 결의 행복을 많이 경험했어요. 비전공자 수강생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무용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지켜보며 제가 몸담은 한국무용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더 사랑하게 됐으며, 무용수로서 제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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