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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1983년 밀양백중놀이
풍년과 오복 기원하는 여름 잔치
일에 쉼표를 찍고, 앞으로의 바람과 화합을 이루는 장으로 소임을 다했던 밀양백중놀이는
시대 흐름에 따라 이제 무대에서 관객을 마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던 밀양백중놀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982년 밀양백중놀이

밀양백중놀이는 음력 7월 15일경 머슴들이 용날辰日을 선택해 지주들로부터 하루 휴가를 얻어 흥겹게 놀던 데서 유래했다. 백중날(음력 7월 15일) 놀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벼농사를 주로 하던 중부 이남에서는 농사에 사용한 호미를 잘 씻어 보관하는 데서 ‘호미씻기’라 부르고, 밀양에서는 ‘머슴날’ 혹은, 지주들이 준비해 주는 술과 음식을 일컫는 꼼배기참을 먹으며 논다고 해서 ‘꼼배기참놀이’라고도 부른다.1

밀양백중놀이의 순서는 농신제-작두말타기-춤판-뒷놀이 등이다. 놀이 시작 전에 새끼를 꼬아 만든 용을 매달고 풍년을 기원하는 농신제를 지낸다. 작두말타기는 머슴들의 으뜸을 뽑아 작두말에 태우고 나발을 불며 놀이판을 돌면서 농악으로 흥을 돋우어 시위하는 놀이다. 춤판은 양반춤으로 시작되는데 도포 차림의 춤꾼이 머슴을 쫓아 등장한다. 익살스러운 병신춤은 양반에 대한 풍자와 머슴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이어서 추는 범부춤은 양반이 도포를 벗고 춤판에 끼어들어 계급의 벽을 허물며 서로 어우러지는 점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밀양백중놀이에서만 볼 수 있는 춤은 ‘배김사위’와 ‘오북춤’이 있다. 배김사위는 범부춤 주자와 오북춤 주자가 장구 연주자가 흥을 주고받으며 재주를 보이는 것이고, 오북춤은 5명의 북재비가 둥글게 서서 북을 치고 돌며 풍년과 오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뒷놀이는 모두가 어우러져 화합하며 한 해 한 번뿐인 머슴들의 잔치로 마무리 짓는다.

이러한 밀양백중놀이는 1980년 11월 17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 지정 후 국립극장에서도 몇 차례 공연됐는데 현재 하늘극장 자리인 놀이마당 개장을 기념해 열린, 1982년 <제13회 중요무형문화재 발표 공연>과 이듬해 공연한 <밀양백중놀이> 초청공연 자료를 소개한다.
1982년에 개장한 놀이마당은 총 244평(약 807제곱미터)에 132평(약 436제곱미터) 무대를 설치해 스탠드석으로 6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마당놀이에 제격인 셈이다. 더불어 1980년대 새 문화정책 5대 역점 사항의 하나인 ‘민족문화 전통의 계발육성과 창조적 계승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립극장이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문화재) 18종목을 망라해 <제13회 중요무형문화재 발표 공연>을 기획했다. 사진 자료에서 악사들이 연주하고 있는 사장구와 물장구는 밀양백중놀이 반주에 사용되는 악기다. 사장구는 항아리 뚜껑 두 개 사이에 얼레 형태의 나무틀을 끼워 만들었고2, 물장구는 물을 담은 큰 용기에 바가지를 엎어 장구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밀양백중놀이에서는 주로 병신굿을 출 때 반주 악기로 사용했다.
1983년 8월 23일의 공연은 백중날을 맞아 세시풍속이 생활 속에 연연히 계습되길 기대하며 밀양백중놀이를 초청했다. 첫째 마당에서는 농신제와 오방신장으로 잡귀막이굿을 하고 덧배기춤을 추고 고사 풀이를 했다. 둘째 마당에서는 춤판을 벌여 양반을 풍자하고, 물러나던 양반이 범부凡夫 차림으로 나타나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셋째 마당에서는 오북놀이에서 오복을 바라고 끝놀음으로 마무리한다. 이 공연의 프로그램 북에는 전체 마당의 과정과 사용된 농악 장단, 등장인물의 차림새 등이 설명돼 있어 밀양백중놀이의 특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벌써 한 해의 반이 지났다. 우리 조상들이 고된 농사일을 견디고 풍년을 바라며 흥겹게 놀았던 것처럼 우리도 목표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이 여름의 더위를 견뎌보면 어떨까.

  •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웅진, 1991
  • 2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국립국악원, 2019
※ 공연 정보
· 공연명
국립극장 밀양백중놀이
· 공연일자
1983. 8. 23.(음력 7월 15일 백중날), 오후 5시부터
· 공연장소
국립극장 놀이마당
· 출연진
하보경, 조병환, 김타업, 김상용, 박영달, 이만덕, 박정서, 권재업, 정상중, 김출이, 강준생, 이이환, 송말선, 정삼순, 최명규, 신의근, 박인술, 박복쇠, 박수율, 전성대, 이상길, 박오순, 황명선, 임순이, 강보연, 김상도, 장대영 외 25명, 조택보 외 20명
· 축원 및 악사
진순덕, 이흥우, 권경도, 최준영, 박오순, 조택보, 최준영, 이동전, 서순이, 신용우, 신성율, 김명말, 이차숙, 설원수, 박동영, 차기준, 차기석, 하용부, 김오규, 장두봉, 김타업 외 11명, 이흥우 외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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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공연예술자료실(방문이용) 02-2280-5834

글. 한빛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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