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하나

국립국악관현악단 ‘2022 신년 음악회’
우리 음악으로 진취적인 임인년 맞이하기
새해를 앞두고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분주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이다. 매해 1월 1일,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이하 빈 필)의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음악계는 힘찬 한 해를 시작한다. 오스트리아에는 빈 무지크페어라인에 상주하는 빈 필이 있다면, 한국에는 국립극장에 터를 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있다. 오는 1월 14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우리 음악과 함께 새해 출발을 기념하는 ‘신년 음악회’를 펼친다.
우리 음악계의 대표 신년 행사

전 세계 축제가 된 빈 필의 신년 음악회를 먼저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시작됐다. 1940년부터 ‘신년 음악회’로 이름을 바꾸어 새해 첫날 연주하는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해마다 콘서트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되고, 실황 녹음 음반도 인기리에 판매된다. 지난 2021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제재했지만, 빈 필의 신년 음악회만은 예외를 뒀다. 사상 처음 무관중으로 열린 신년 음악회는 전 세계 90개국으로 생중계됐다. 한편 빈 필의 신년 음악회가 워낙 명불허전이어서,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뉴욕 필하모닉 관현악단, 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과 같은 유명 악단은 송년 음악회에 더 힘을 쏟는다. 빈 필의 신년 음악회는 빈의 대표 작곡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一家)의 춤곡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빈 출신 작곡가들의 왈츠나 폴카, 행진곡 등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레퍼토리로 채워진다. 서양음악계에 신년 레퍼토리가 정착된 건 빈 필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20년부터 우리 음악계에도 새해를 기념하는 음악회가 시작됐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신년 음악회’를 선보였다. 서양음악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같이 새해에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있는 반면, 국악관현악은 아직까지 신년을 위한 대표곡을 꼽기가 어렵다. 이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새해에 기억할 수 있는 우리 음악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신년 음악회’를 기획했다. 공연은 만석을 이루며 화제를 모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 ‘2022 신년 음악회’
신년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발굴이 목적

새해에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야심에 찬 ‘신년 음악회’를 선사한다. 음악회의 두 줄기는 ‘관현악’과 ‘협연’이다. 2022년 신년 음악회는 2020년에도 참여했던 작곡가 손다혜의 ‘애국가’로 문을 연다. 그동안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국립무용단 ‘설·바람’ 중 ‘당당’의 작곡을 맡으며 국립극장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특히, 2020년 초기 애국가를 모티프로 작·편곡한 ‘애국가 환상곡’을 시작으로 애국가의 다채로운 국악관현악 변주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근대 국가를 꿈꾸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애국가가 존재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더불어 국가로 지정된 작곡가 안익태의 ‘애국가’ 이전에도 수많은 애국가가 있었다. 2020년 ‘신년 음악회’에서 선보인 ‘애국가 환상곡’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 1896년 ‘독립신문’에 발표된 이필균 작사의 ‘애국가’, ‘최신창가집’에 수록되어 학생들이 부른 ‘학생애국’을 엮었다. 3·1운동에 앞장선 만해 한용운이 투옥 중 써 내려간 ‘무궁화 심으과저’를 가사로 담아 자주독립을 이뤄낸 우리 민족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0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2020 겨레의 노래뎐’을 올렸다. 이때 손다혜는 새로운 버전의 국악관현악곡 ‘하나의 노래, 애국가’를 선보였다.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이 임시정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느낀 굳건한 의지를 담은 곡이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 역시 역사 속 애국가 세 곡을 엮는다. 서곡 ‘역사를 여는 서막’은 대아쟁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되어 다른 악기들의 화음이 점층적으로 쌓인다. 이어지는 대한제국의 공식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는 낯선 만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의 선율을 사용한 ‘임시정부 애국가’는 본래 4박자 구조인 선율을 3박자로 변경하고, 세마치장단과 엮었다. 세마치장단은 ‘대한제국 애국가’와 ‘임시정부 애국가’의 연결 다리 구실을 한다.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고난 끝에 찾아온 밝은 빛을 묘사한다. 하나 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후반부 악기들은 동일한 선율을 연주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의 첫 순서로는 다시금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울려 퍼져 민족의 자긍심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2부는 최지혜 작곡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으로 연다. ‘2018 리컴포즈×상주작곡가’에서 위촉 초연, ‘2020 마스터피스 : 정치용’ ‘2021 이음 음악제’ 등에서 재연된 곡이다. 이 작품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작곡가의 염원을 담았다. 몇 달 동안 임진강 주변을 돌며 통일을 위해 기도하던 최지혜는 어느 날, “수평선과 지평선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강한 소나기와 함께 하늘의 구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임진강을 소재로 곡을 써보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한국의 크고 작은 많은 강(江)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최지혜는 2017-2018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로 활동하던 당시 단원들과 긴밀하게 토론하면서 곡을 완성했다. 인간을 감싸 안는 강의 이미지를 서정적으로, 때로는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악장 곳곳에는 동부 지역 음악에서 주로 발견되는 음악 어법인 메나리토리를 중심으로 한 주선율이 등장한다. 특히 피리의 거친 농음, 해금의 익살맞은 음색이 생동감을 더한다. 1악장에서는 생명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강, 2악장에서는 강이 품고 있을 많은 이야기, 3악장에서는 강물 아래 살고 있는 많은 생명체와 끝없이 계속되는 물줄기의 강인함을 각기 다른 징 소리에 담았다.

4중창 협연 라비던스, 피아노 협연 양방언 (왼쪽부터) 4중창 협연 라비던스, 피아노 협연 양방언 (왼쪽부터)
신년 음악회를 즐기는 또 하나의 코드

‘협연’은 ‘신년 음악회’의 또 다른 즐길 요소다. 빈 필은 간혹 빈 소년합창단이 협연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관현악곡으로만 신년 음악회를 채운다. 반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객이 한결 친근하게 국악관현악을 즐길 수 있도록 대중 인지도가 높은 협연자를 초청한다. 올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았던 피아니스트 양방언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 팀인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양방언은 방송·영화·게임·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에 다수 참여하며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인정받았다. 국립극장 대표 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3년간 역임하고, 국립창극단 ‘서편제’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양방언은 그동안 ‘아리랑’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리랑 판타지’와 ‘아리랑 교향곡’을 발표했으며,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클래식 음악과 재즈, 팝으로 재해석한 ‘아리랑’을 선보여 전 세계의 이목을 차기 개최지인 평창으로 집중시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정선아리랑 가락을 선보인 데 이어, 콘서트에서도 현악 4중주 버전, 소리꾼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버전의 정선아리랑을 연주했다. 그간 다양한 형태의 아리랑을 선보여 온 양방언은 이번 ‘신년 음악회’에서도 ‘정선아리랑’을 올린다. 아울러 고려인들을 위한 새 아리랑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 중 3·5악장도 연주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위촉으로 탄생한 양방언의 첫 국악관현악 교향곡으로, 1930년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역사를 어루만진다.

‘라비던스’는 베이스 김바울, 테너 존 노, 소리꾼 고영열, 뮤지컬 배우 황건하로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과 국악, 뮤지컬에 몸담은 멤버들이 함께하는 만큼 폭넓은 음악을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에선 ‘라비던스’의 진정성 있는 보이스를 조화롭게 담아낸 ‘고맙습니다’와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선보인 노래 중 가장 큰 호응을 받은 ‘몽금포타령’, 미니앨범 ‘프리즘’의 타이틀곡 ‘I can prove’를 올릴 예정이다. 지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진이 맡는다. 다가오는 임인년, 풍성한 우리 음악으로 호랑이 기운 가득한 한 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

국립국악관현악단 ‘2022 신년 음악회’
글. 장혜선 월간 객석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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