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다섯

2021 여우락 페스티벌 - 디렉터스 랩Director’s lab
실마리, 나들, 두부의 달음
별오름의 새로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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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별오름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여정
김용성×박선주 ‘실마리’
7월 13일 | 국립극장 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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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용성, 박선주

‘고치’는 유충이 번데기로 변할 때 스스로 만드는 껍데기 자루다. 누에고치는 현악기의 현을 만드는 명주실의 원료로 쓰인다. ‘실마리’는 누에고치에서 시작된 용어인데, 일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단서를 말한다. 이번 공연 ‘실마리’는 김용성과 박선주가 실제 무대에서 누에고치의 실 뽑는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는 악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김용성과 박선주는 ‘연주자’이면서 ‘창작자’다. 이들은 전통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며 동시에 창작에 대한 고민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쟁 연주자 김용성은 ‘김용성류’ 아쟁 산조와 가야금 산조, 가야금 거문고 병주 ‘청보’ 등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어법을 확장했다. 가야금 연주자 박선주는 가야금과 미디어아트를 아우르는 ‘가야금 퍼포먼스’ 장르의 개척자로 불린다. 2018년 데뷔 이후, 스웨덴 포크 음악 그룹 S&R 단원으로 활동했고, 세계 퓨전음악 밴드 In-land를 창단, 노르웨이 USF 상주 아티스트 활동을 통해 폭넓은 음악 장르에 가야금을 접목했다.
두 연주자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산조’를 만들었다는 것. 산조는 19세기 말 김창조의 가야금 산조를 효시로, 거문고 산조·대금 산조·해금 산조·아쟁 산조 순으로 발생했다. 전통예술이 정규 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는 대부분 스승이 짜준 바탕으로 산조 가락을 답습해 왔다. 두 젊은 연주자가 꾸리는 이번 공연은 ‘산조’의 새로운 개념을 마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용성과 박선주는 하나의 ‘누에’ 같다. 본인이 움직여 직접 본인의 세상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고치(산조)를 만든 이들은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낸다. 관객은 누에의 얇은 실이 모여 하나가 되는 과정을 오롯이 관찰한다. 현악기 소리에만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장구 반주는 뺄 예정이다. 덧붙여, 단국대학교 몽골연구소 연구교수 김경나가 두 연주자가 찾는 ‘실’과 ‘실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도 가미되지 않아 더욱 순결하고 담백한 김용성과 박선주의 ‘실마리’를 주목해 보자.

‘나들’이 떠나는 ‘나들이’
고명진 ‘나들’
7월 16일 | 국립극장 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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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진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하는 고명진. 한국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며 여러 분야 예술과 교감하는 그는 한마디로 ‘멀티 타악 연주자’다. 창작타악그룹 리듬 꼴라주의 리더이며, 한국음악앙상블 호나, 노올량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극 ‘더 드레서’ 음악감독을 맡아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그는 늘 여러 명의 연주자와 함께 여우락 무대에 서왔다. 지난 2015년에는 ‘놀이의 품격’ 공연에서 리듬 꼴라주 멤버로, 2017년 ‘마정채’ 공연의 타악기 세션으로 참여했다. 이번 여우락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 서는 무대이기에 뜻깊다. 공연명인 ‘나들’은 ‘나’의 복수형. ‘여러 명의 고명진’ 혹은 ‘고명진과 악기들(스피커들)’을 뜻한다. 여기에 ‘나들이’라는 단어를 접목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또 다른 나들’과 함께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 말했다. 종래에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것이 이번 무대의 목적이다.
2019년, 고명진은 첫 개인 음반 ‘혼자alone’를 발매했다. 모든 수록곡의 작·편곡을 비롯해 모든 악기를 ‘혼자’ 연주했다. 그는 “홀로서기에 도전하지만 모든 것은 결국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것임을 잘 안다”고 밝혔다. 철저히 혼자가 되기로 하는 것은 언젠가 함께하기 위함이다. 올해 여우락에선 그간의 고민을 공연으로 확장한다.
별오름극장은 다양한 음향적 실험의 장으로 변모한다. 고명진은 국립극장 음향감독 지영과 협업해 별오름극장의 건조한 사운드를 울림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무대에는 고명진 혼자 오르지만 다양한 스피커가 그와 함께한다. 스피커 하나하나는 각 타악기와 연결돼 ‘지나간 고명진’ ‘현재의 고명진’ ‘미래의 고명진’을 대변한다. 마치 오브제 전시장 같은 공간에서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감각적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다. ‘나들’이 떠나는 ‘나들이’에 동행하면 더 깊은 곳의 나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다.

천천히 무르익는 음악
달음 ‘두부의 달음’
7월 21일 | 국립극장 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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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하수연, 황혜영

이번 여우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우재의 사적 경험에서 발현된 공연이다. 그는 두부를 만드는 취미가 있다. 어느 날 집에 있는 백태를 보고는 문득 두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인생이 무르익는 것과 비슷하다. 콩을 선별해 불리고 물고문을 가하다가, 완전히 갈아서 근본만을 남기는 형태. 마지막 과정에서 퍼지는 고소한 향은 마침내 마음의 안정을 준다. 유럽에서 지냈을 때는 ‘두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친구들을 초청해 두부 만드는 것을 보여줬다. 두부를 만들다 보면 기다림의 시간이 생기는데 그동안 박우재는 악기 연주를 선보이며 무료한 시간을 채웠다.
이때의 경험을 가져와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무대에선 관객에게 두부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기다림의 시간에는 연주를 선사한다. 두부를 만들 때는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손은 퉁퉁 부어오른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굳은살이 부으면 연주하기가 어렵지만, 이번 공연에선 그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을 그대로 담을 예정이다.
공연을 선보이는 달음은 가야금 연주자 하수연과 거문고 연주자 황혜영으로 구성된 팀이다. 두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명주실의 울림을 조화롭게 풀어내고자 다양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두 악기가 서로 상생하고,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담아낸다.
두부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비슷하다.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결과물을 낼 수 없는 것이 그러하다. 두부를 만들면서 사유하는 시간은 그래서 소중하다. 달음은 그 사유의 시간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포근한 맛과 온기로 가득한 ‘두부의 달음’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글. 장혜선 월간 ‘객석’ 기자. 대학에서는 음악, 대학원에서는 연극을 공부했다.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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