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2021 여우락 페스티벌 - 여우락 초이스Yeowoorak choice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찬:찬란하길 바라며,
딥씨크리처Deep Sea Creatures
리드미컬하고 따뜻한 위로부터
시리도록 세련된 퍼포먼스까지

다행히 여우락 페스티벌이 2021년에도 열린다. 사람들이 해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아마 여우락 페스티벌이 오랜 시간 인상 깊은 라인업과 높은 수준의 공연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넘어 상징성을 보유하게 된 데 있을 것이다. 특히나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작품으로서 의미를 만드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러한 팀을 셋 만날 수 있다.

강렬한 실험의 절정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7월 9~10일 | 국립극장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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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다빈, 추다혜, 이시문, 김재호

첫 번째 소개할 팀은 ‘추다혜차지스’다. 그가 ‘씽씽’의 멤버였다는 것, 혹은 ‘씽씽’이라는 밴드의 이름 정도는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 혹은 해외 인디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후 추다혜는 차지스를 결성해 프로토타입 형태로 공연을 선보인 바 있고, 지난해 정식으로 결성해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기간에 추다혜는 솔로로 음악을 선보인다. 지난해 ‘몽금포’ ‘싸름’ 그리고 ‘자진아리’까지 총 세 장의 싱글을 발매했고, 주로 서도민요를 독특한 방식으로 선보여 왔다. 남들 다 하듯 최신 유행이나 장르, 소리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민요의 서사를 살리면서 계절 감각에 맞는, 그러면서도 기타나 신시사이저처럼 지금 쓰이는 악기와 합을 맞추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추다혜는 싱글의 장르를 구분할 때 국악으로 두지 않고 인디 음악 정도에 두고는 했다.
지난해 작품으로 만들어낸 실험의 절정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다. 펑크와 굿을 결합한 이 앨범에는 재즈·록·리듬 앤드 블루스R&B·펑크·힙합이 고루 들어있다. 추다혜라는 소리꾼이 내는 소리 자체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지닌 데다가 음악으로 들어오는 기타·드럼·베이스라는 악기와 타협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소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작품을 여전히 국악이라는 카테고리에 묶고는 한다. 일리는 있다. 신이 인간을 통해 전하는 말인 공수는 물론 메기고 받는 구조에 제주 방언까지 그대로 살리는, 단순히 무가를 활용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가가 지니는 굿이라는 퍼포먼스의 전개와 의미까지 가져가기 때문에 그 점이 강하게 느껴졌다면 이 앨범을 국악이라는 분류에 넣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써야 한다면 국악보다는 무가라는 좀 더 정확한 명칭을 쓰고 싶다. 그리고 이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리츄얼댄스’라는 곡을 통해 최우수 아르앤드비&솔soul 노래 부문에서 수상한 만큼, 장르로 구분을 둔다면 나는 이 앨범이 아르앤드비&솔, 그 안에서도 얼터너티브 아르앤드비에 가깝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이 앨범 안에는 펑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최근 네오 솔이나 얼터너티브 아르앤드비가 지니는 흐름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로컬의 창법이나 소리를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녹여내거나 결합하는 시도는 이미 아프리카부터 유럽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음악적으로 훌륭한 실험의 최전선을 직접 감상하실 수 있을뿐더러 심지어 어렵지 않게, 즐겁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굿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섭고 강렬한, 혹은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굿판을 직접 가보면 정겹고 흥이 나는 동네잔치임을 알 수 있듯 추다혜의 음악도 라이브를 접하면 진면모를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가운데 위로받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세 연주자와 함께 절묘하게 합을 이루는 추다혜차지스만의 굿판은 무대에서 더욱 흥을 발휘한다.

‘추다혜차지스’ 공연 사진

‘추다혜차지스’ 공연 사진

광주의 기억
박순아 ‘찬:찬란하길 바라며’
7월 14일 | 국립극장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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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아 공연 사진

앞서 소개한 추다혜차지스가 그래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라면, 박순아의 이름은 아마 국악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다 알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이 음악가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의 독특한 이력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우선 그는 일본에서 재일 동포 3세로 태어나 자라며 민족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민족학교에서 가야금을 시작한 그는 재일 조선대학교와 평양음악무용대학을 다니며 공부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시 공부했다. 그러므로 북한과 남한의 음악 교육을 모두 받았으며, 두 뿌리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지닌 몇 안 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지닌 맥락 자체만으로도 이미 한 차례 호기심이 생겨날 것이다.
지난해 그는 정규 단위의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는 ‘노쓰코리아 가야금’이다. 25현 가야금이 지닌 음색을 비롯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2019년 큰 성공을 거둔 동명의 공연을 놓친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과 북한, 한국을 오가고 또 오가던 그는 2006년부터 한국의 음악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활동하는 원일·장영규 두 감독을 경험했고, 지난해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는 박우재·박지하·박경소와 함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앨범이 있으니 바로 ‘찬燦 Become Radiant’(이하 ‘찬’)이다.
‘찬’은 소리굿을 담아낸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하고 혼을 달래는 일종의 씻김굿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국군광주병원 터에서 연주되고 녹음된 이 작품은 그 시간, 그 장소가 가진 공간감과 여러 소리가 함께 녹음돼 있다. 이따금 들리는 현장감 있는 소리는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에 무겁게 다가오기도 하며, 지방의 것부터 경기민요의 것까지 고루 담겨 있으면서도 듣고 있으면 어딘가 경건해지기도 한다. 작품은 의미 있다는 표현 이상으로 그 당시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현장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그 시간, 그 사건의 순간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비교적 긴 호흡의 러닝타임으로 전개되고는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구간이 없다. 오히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마음을 배우게 되며,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에 담긴 따뜻하면서도 겸손한, 그러면서도 열정과 뜨거움을 지닌 마음을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 ‘찬:찬란하길 바라며’에서 만날 수 있다. 그 공간을 서울로 옮겨 가져오며 기억과 감각까지 함께 구현해 보는 이들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는 함께 앨범을 만든 경기민요 전수자이자 타악기 연주자인 여성룡도 참여한다. 여성룡은 음악그룹 나무를 비롯해 박순아와 마찬가지로 컨템퍼러리라 하는 계열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바 있으며 타악과 소리 모두 한다는 점에서 드문 음악가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바이올린에는 록부터 전자음악·실험음악 등 다양한 계열의 음악을 해오며 음악감독으로, 악기 제작으로, 또 레이블 대표로도 활동하는 강해진이 참여한다. 베이스 역시 뛰어난 재즈 연주자인 동시에 황해도 굿을 익혀 앨범 ‘의례’를 발표한 김성배가 참여한다.

전자음에 올라탄 유교 음악
HAEPAARY(해파리) ‘딥씨크리처Deep Sea Creatures
7월 17~18일 | 국립극장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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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민희, 혜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팀은 ‘HAEPAARY(해파리)’다. 호기심이 가는 이름인데, 공연명도 ‘딥씨크리처Deep Sea Creatures’다. 혜원과 민희 두 사람으로 구성된 이 팀은 과거 유교 음악에 전자음악을 적극적으로 붙인다. 한국 전통음악을 공부한 민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이들과 협업을 해왔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정가라 묶이는 유의 음악을 배웠고 그것을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그리고 시각적으로도 풀어왔다. 음악가 민희에게 공연은, 그리고 공연을 비롯한 퍼포먼스의 포맷은 중요한 것인 만큼 그의 공연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에 혜원은 현대무용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왔다. 혜원 역시 한국 전통음악을 공부했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을 뿌리로 지닌 동시에 ‘포스트-’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한국어로는 보통 ‘탈’을 붙이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후’의 의미도 있는 등 ‘포스트post’를 우리말로 옮길 수 없기에 이렇게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두 사람은 지금까지 ‘소무-독경’ ‘철변두-송신’ 두 작품을 발표해 왔다. 두 사람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협업해 온 것부터 더하면 그 나름대로 짧지 않은 시간 호흡을 맞춰왔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바이브는 아마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는 값지고 귀한 것이리라. 청각적 쾌감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 최소한의 정적인 격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말마따나 ‘방구석 클럽’이나 ‘소심한 파티’와 같은 표현이 적합하지만, 그 안에는 확실하게 주는 묘한 통쾌함이 있다.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그 짧고 식상한 문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 무대는 유리와 디지털페인팅을 기반으로 한 시각예술 듀오 고스트 샷건Ghost Shotgun(람한, 박혜인), 3D 모델링 애니메이팅 팀인 .pic(노상호, 전현수)과 협업해 더욱 화려하고 이색적인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낼 예정이다.

글. 박준우 학부에서 민속학을 전공했고 월간 ‘재즈피플’부터 ‘디자인프레스’까지 곳곳에서 국내외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쓴다. 가끔 기획 참여도, 마이크를 드는 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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