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산책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12월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음악의 풍경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가 12월 2일 11시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립니다. 지난 2009년 시작을 알린 ‘정오의 음악회’는 꾸준히 만석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는 감상의 묘미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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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음악회’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해설로 진행되며, 12월에는 가수 왁스가 함께합니다. 발라드부터 댄스곡까지 다양한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왁스의 곡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함께 만날 수 있으며, 데뷔곡인 ‘엄마의 일기’와 최고 히트곡인 ‘화장을 고치고’는 물론 록 느낌의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께’까지 들려줄 예정입니다. 여기에 정오의 시네마에서는 1986년 칸 영화제 수상작인 ‘미션’에 등장하는, ‘넬라 판타지아’로도 알려진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국악관현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sssss 지휘 이승훤, 거문고 신지희 (왼쪽부터)
sssss 해설 이금희, 가수 왁스 (왼쪽부터)

이번 공연은 쌀쌀한 초겨울을 따뜻하게 품어줄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테마로 합니다. 12월의 탄생화는 이끼이고, 이끼의 꽃말이 모성애라고 하네요. 국악관현악을 위한 ‘소소시(小小時)’(작곡 최지운)는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곡가는 작디작은 시간이 모여서 구슬처럼 굴러가는 심상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거문고 협주곡 ‘청우’(작곡 계성원)는 맑은 빗소리를 거문고의 울림으로 표현했고, 치유와 화합의 이미지를 거문고 독주와 관현악의 조화로 나타냈습니다. 신지희 국립국악관현악단원이 거문고 협연자로 참여합니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 남북 분단 등 역사적인 아픔이 회복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했으며, 나아가 이 곡을 통해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길 바라는 작곡가의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국악관현악 ‘대지’(작곡 조원행)는 우리 인간의 젖줄인 대지, 그 소중한 대지 위에서 즐거움과 슬픔, 때로는 이를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며 3악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공연은 테마에 맞는 뛰어난 작품이 모여 구성됐습니다. 그래서 공연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모성애’라는 테마에 맞춘 문학 작품을 함께 소개해 볼까 합니다.

12월 ‘정오의 음악회’와 함께하면 좋을 문학작품
‘엄마의 말뚝’ 박완서 저 | 세계사
sssss ‘엄마의 말뚝’ 박완서 저 | 세계사

첫 번째 작품은 ‘엄마의 말뚝’입니다. 이 작품은 일제 말과 6.25 전쟁을 관통해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딸의 성장 과정에 따라 ‘체험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격동의 한국사에 던져진 세대, 그리고 그 가슴 아픈 시대를 직접 겪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삶을 딸의 시선으로 섬세하고 절실하게 묘사한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2011년 1월에 별세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입니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그는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을 통해 잔혹한 세상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글을 세상에 내어놓았습니다. 생전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하곤 했다는 작가의 말은 자식들에게 아직도 해줄 것이 있어 행복한 엄마의 그 마음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sssss ‘딸에 대하여’ 김혜진 저 | 민음사

두 번째 작품은 ‘딸에 대하여’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 책은 김혜진 작가의 작품입니다. 레즈비언 딸의 부모이자 무연고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혐오와 배제의 세계와 마주한 엄마의 성장소설이지요. 내 속으로 낳았지만, 그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존재 또한 자식이라고들 하지요. 나의 딸이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나의 어머니가 나의 가치관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자식이면서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딸을 고통스럽지만, 점차 오롯이 받아들이는 엄마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이 작품을 꼭 놓치지 마세요.

sssss ‘숭배와 혐오,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하여’ 재클린 로즈 저/김영아 역 | 창비

다음에 소개할 작품은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입니다. “신은 자신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지요? 인류 역사에서 모성은 이처럼 위대하면서도 때론 손쉬운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어머니들은 왜 늘 완벽해야 하고, 자녀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 책임져야 할까요. ‘숭배와 혐오’는 이러한 모성 신화를 예리하게 비판한 작품입니다. 또한, 가부장제와 모성의 이상 아래 고통 받으면서도 그에 맞서 욕망하고 싸우는 어머니들의 ‘고통과 희열’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지요. ‘숭배와 혐오’는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전해줄 것입니다.

sssss ‘마당을 나온 암탉 20주년 특별판’ 황선미 저/윤예지 그림 | 사계절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입니다. 이 작품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작품 제목은 귀에 익숙하실 텐데요. 2000년에 출간돼 벌써 출간 21주년을 맞이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우화’의 형식으로 모성과 대안 가족, 다문화가족, 새로운 공동체를 풀어낸 수작으로 2010년 국내 동화로는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백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헌신적인 모성의 이야기면서도 모든 것을 떠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암탉, ‘잎싹’을 비롯한 마당 식구들까지 모든 동물이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시대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역동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입니다.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탐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글. 박준우 학부에서 민속학을 전공했고 ‘월간 재즈피플’부터 ‘디자인프레스’까지 곳곳에서 국내외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쓴다. 가끔 기획 참여도, 마이크를 드는 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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