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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홀춤Ⅱ’ 프리뷰
춤은 내가 홀로 있는 방식
무용수가 홀로 있는 무대. 고요함 속에서 관객이 무엇이 전통춤인지 묻고, 무용수가 새로움으로 답한다. 몸으로 쓰는 새로운 전통이 시작된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원들이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 안무를 개발해 무대에 올렸다. 바로 ‘홀춤’이다. 국립무용단원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해 선발한 작품들이다. 기존 전통춤의 구성과 움직임, 표현 방식을 변주해서 현대적 아름다움을 더했다. 국립무용단원이 무용수이자 안무가로서 ‘홀로’ 무대를 꾸린 것이다. 이번 ‘홀춤II’는 ‘홀춤’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을 만난다. 첫 번째 공연에서 발표한 작품 세 편(산산수수, 보듬鼓(고) 심향지전무)과 새로 선정된 작품 세 편(다시살춤, 바라거리, 단심(丹心) 등 총 여섯 편의 소작품이 무대에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 세트도 군무의 군집미도 없다. 오로지 춤추는 한 사람의 역량이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용수의 강렬한 시선, 부드럽게 자아내는 춤사위, 무대를 누비는 힘까지. 숙련된 춤꾼의 실력과 안무가적 통찰이 더해져 미래의 전통을 극장에 수놓는다. ‘홀춤II’의 무대에 오르는 여섯 명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와 대화를 나눴다.

sssss ‘심향지전무’ 정현숙, ‘바라거리’ 김은이, ‘산산수수’ 윤성철,
‘단심(丹心)’ 김회정, ‘다시살춤’ 정소연, ‘보듬鼓(고)’ 박재순 (왼쪽 사진부터)
Q1. 홀춤 프로젝트에 응모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sssss 현숙 국립무용단은 전통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듭니다. 저는 기존에 만들어진 어느 류의 춤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전통춤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렵지만,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죠.

sssss 소연 지난해 5월 아이를 낳았어요. 그간의 공백기 동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뻘뻘 나도록 달리고 싶다고요. 때마침 ‘홀춤II’는 좋은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 전통춤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는 춤꾼 본연의 춤사위와 호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무대가 굉장히 반가웠죠.

sssss 은이 20대에 입단해 이제 중간 기수의 단원이 되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삶이 변화하고 나이에 대한 무게감에 짓눌리면서 무기력해졌어요. 그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죠. 제가 어떤 춤을 췄고, 지금 어떤 춤을 추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춤을 춰야 할지요. 그렇게 춤의 뿌리를 고민하다 홀춤 프로젝트를 접했어요.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의 새로운 모습이며, 이 또한 새로운 전통춤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sssss 회정 국립무용단장님이셨던 송범 선생님께서 인생의 단맛, 쓴맛을 경험해야 비로소 진정한 춤이 나온다고 하셨다는데요. 무용수로 여러 무대에 오르고,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신비롭고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제 안의 춤 재료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홀춤Ⅱ’었죠. 또, 온전한 창작 역시 의미 있겠지만 내실 있는 전통의 재해석 또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에, 선배들처럼 멋진 무대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어요.

sssss 재순 철부지로 시작했던 단체 초년생이 벌써 멀게만 느껴집니다. 화려한 몸짓과 두드림을 표현해 보고 싶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재점검 하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sssss 성철 직접 안무, 구성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죠. 우리 전통 레퍼토리 중에서 한 장르를 선정해서 전통의 멋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재안무,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요.

sssss 심향지전무 정현숙, 다시살춤 정소연(왼쪽 사진부터)
Q2.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ssss 현숙 ‘심향’은 마음(心)과 향기(香)를 뜻합니다. 신칼대신무를 모티프로 한 심향지전무는 무속에서 유래된 지전과 신칼을 사용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무속에서 쓰는 신칼이 아니라 신령의 의미를 담은 대나무를 사용했어요. 대나무 끝에 지전을 달아 신칼을 만들었죠. 심향지전무는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기존 지전춤에서 기원하는 극락왕생과 더불어 죽은 이와의 이별,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하고자 했습니다. 맺고 삭이고, 풀어내고 떨쳐내면서 저만의 호흡으로 작품에 속도감을 더했죠.

sssss 소연 소고는 삶의 매 순간에 우리를 내리치는 고통을, 어깨에 늘어진 살풀이천은 인내하고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해요. 다시살춤에서의 ‘살’은 한 사람의 삶을 덮쳐 망가뜨리는 ‘살’과 그걸 겪음에도 결국 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의지, 두 가지를 모두 뜻하죠. ‘구음-부정-푸너리-자진모리’로 이어지는 음악은 느닷없이 천둥처럼 찾아오는 위태로움과 이어지는 인내의 시간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sssss 은이 작품의 모티프는 바라춤인데요. 바라를 친다는 행위 이전에 ‘울림의 본질’을 생각했어요. 바라의 울림은 어떤 해소와 정화의 메시지를 갖는지, 울림이 지닌 치유의 힘을 고민했죠. 이 울림은 어쩌면 영적인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치유고, 주파수가 우리의 의식을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요. ‘바라거리’를 만들면서 바라의 울림에 제 심장도 함께 울렸고, 더 나아가 제 의식도 울리기를 바라며 춤을 췄죠.

sssss 회정 ‘홀춤Ⅱ’ 무대에 오를 춤은 ‘구음검무’를 재해석한 ‘단심’이에요. 맨 앞에 ‘회상’이라는 과장을 더해, 총 4개의 과장으로 형식적 변화를 시도해 봤어요. 마흔 살에 새롭게 배운 권번 춤은 제가 무용을 처음 배울 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죠. 새롭고 설레고 때론 울컥하기도 했던 그 벅찬 감정이요. 굉장히 소중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는데요. 그 마음으로 추고 싶어서, 이번 작품명을 단심으로 지었어요. 권번에서 춤추던 예인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추려고 합니다.

sssss 재순 “머언길 보듬고 왔네. 누가 나를 보듬는가. 누가 너를 보듬는가. 보듬고, 보듬고. 내 널 보듬었으나 되레 네가 나를 보듬었음을. 이제야 오감으로 되받아 울리고 있네. 보듬고 보듬고. 천고에 쌓인 시를 안고, 보듬고 보듬고.”라는 문장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승무의 북 가락과 진도북춤을 접목해서 독주와 독무의 조화를 이뤘어요. 이 북을 통해서 관객의 지난 삶을 보듬고, 심금을 울리며, 쌓인 것들을 털어주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sssss 성철 작품 제목은 ‘산산수수’인데 한량무를 모티프로 한 작품입니다. 산은 가까이에서 보면 웅장함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멀리서 볼 때는 산세의 거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의 생명력은 직접 산에 있어야 느낄 수 있죠.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어느 곳에서 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만, 그 또한 전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만의 관점으로 자연의 이치를 보고 느끼며 생각한 것을 인간의 삶에 비유하고자 했습니다. 한량무를 통해 인생무상과 허무함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sssss 바라거리 김은이, 단심 김회정(왼쪽 사진부터)
Q3. 무대에 홀로 선다는 것의 의미란?

sssss 현숙 무대에 자주 오르지만, ‘홀로’ 무대를 채운다는 건 또 다른 의미죠. 넓은 무대가 오롯이 저의 것일 텐데, 어떻게 표현할지 두려웠습니다. 그 불안을 극복해 나가며 ‘아 됐다, 이 정도면 잘 놀았다’라는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무대에 홀로 선다는 건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sssss 소연 저는 ‘홀로’라는 단어가 좀 춥게 느껴져요. 어느 시인이 말했죠. ‘겨울에는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오래 추워봐야 한다’고요. 저는 더없는 겨울의 마음으로, 무대 위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어요.

sssss 은이 인간은 홀로 설 수 있어야 외롭지 않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게 홀로는 쓸쓸함이 아닌 채워짐입니다. 무대 위에서 저를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가 내적 성장이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춤을 출 수 있는 에너지죠.

sssss 회정 ‘외롭고 고독하게 혼자 춤을 짓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보통은 춤은 ‘춘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저에게는 ‘짓다’라는 표현이 더 와닿아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춤을 알아가며, 한 동작 한 동작 짓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롯이 저 혼자 춤을 짓는단 사실에 설렘과 두려움, 행복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입니다.

sssss 재순 군무에서 홀춤은 우두머리가 개인기를 보여주는 시간인데요. 혼자서 무대를 책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제가 가진 특유의 색깔, 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sssss 성철 홀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항상 만감이 교차하는 일입니다.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작품을 끝내고 얻는 감정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죠. 무대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춤에 임하려고 합니다.

sssss 산산수수 윤성철, 보듬고 박재순(왼쪽 사진부터)
Q4. 곧 ‘홀춤II’를 관람할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sssss 현숙 관객이 없는 무대는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관객의 역할이 중요하죠. 부족하더라도 많은 고민과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편안하게 함께 즐기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ssss 소연 ‘다시살춤’은 제가 33년 동안 몸에 익힌 한국춤의 바탕에 2021년을 살아가는 저만의 움직임을 더한 작품이에요. 오늘을 살아내는 삶이 담긴 무대를 만들고자 해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창작에 한발 다가가려는 저의 의도가 관객에게도 전해지길 바라요.

sssss 은이 전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외연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은 바라의 형태를 변형해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보려 한 첫 시도인데요. 이 또한 ‘홀춤II’를 통해 앞으로 더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저의 몸짓에 드러나는 마음의 증거물들이 잔잔하게 관객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sssss 회정 지난해 ‘홀춤’에 오른 세 작품과 올해의 작품 모두 각각 매력이 다른데요. 춤의 맛과 멋이 각기 잘 지어져 있어요. 재밌는 공통점은 ‘홀춤Ⅱ’에 새롭게 오르는 세 작품 모두 40대 여성 무용수가 홀로 추는 춤이라는 거예요. 누가 잘하고 못하느냐가 아닌, 누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어떻게 무대를 꾸밀지 집중하면 더욱 풍성한 ‘홀춤Ⅱ’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sssss 재순 북소리가 가진 특유의 감성이 있어요. 저는 북소리는 진동으로 가슴에 다가와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용수가 표현하는 북소리는 ‘눈에 보이는 소리’죠. 따라서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북소리를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오묘한 느낌을 관객이 오롯이 느끼길 바랍니다.

sssss 성철 홀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단원들은 각기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 전통춤의 재창조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부디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에 더불어 질책도 함께 해주시면 더 진실한 공연으로 관객에게 보답하겠습니다.

글. 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에서 일했다. 올해 ‘월간국립극장’의 칼럼 ‘안무노트’를 썼다. 극장을 나온 뒤에도 티켓을 직접 사서 국립극장 공연을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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