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하나

NTOK Live+(엔톡 라이브 플러스) 프리뷰
국립극장 스크린에서 만나는 유럽 최신 화제작 4편
국립극장이 해외 저명 공연 영상을 선보이는 NTOK Live+ (엔톡 라이브 플러스)를 10월 시작한다. 국립극장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영국 국립극장 NT Live(엔티 라이브)뿐 아니라,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Pathe Live(파테 라이브),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의 ITA Live(이타 라이브)의 화제작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NTOK Live+ (엔톡 라이브 플러스)

NTOK Live+는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영국 NT Live(엔티 라이브)를 비롯해 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 여러 극장의 공연 실황 영상을 국립극장 스크린을 통해 소개한다.

국립극장은 2014년 영국 NT Live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는 등 공연 영상화 분야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상영 초기에는 녹화된 영상 형태로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관객도 일부 있었으나 현재는 점차 시간과 장소에 구애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연 실황 영상을 관람하는 경우도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세계 유수의 극장들도 공연 영상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찌감치 공연 영상화 사업을 선도하던 영국 국립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극장이 공연 영상화 사업을 시작, 또는 확장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은 2020년부터 기존의 NT Live 사업과 별개로 ‘내셔널 시어터 앳 홈(National Theatre at Home)’이라는 독자적인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TA)도 자체 영상을 제작 및 배급하는 ITA Live(이타 라이브)를 개시했다. 한편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는 이번에 선보이는 Pathe Live(파테 라이브)를 통한 공연 영상 배급 외에도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매주 단원들과 ‘테아트르 아 타블르(Theatre a table)’라는 낭독 공연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공연 영상화 동향에 발맞춰 보다 다양한 해외 공연 실황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2021-2022 시즌부터 NTOK Live+를 기획했다. 그 시작으로 공연 영상화의 선두 주자인 영국 국립극장의 NT Live를 비롯해 유구한 역사의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작품을 상영하는 Pathe Live, 유럽 컨템퍼러리 연극의 선구자인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의 ITA Live까지 유럽 각지의 화제작을 엄선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앞으로도 NTOK Live+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공연 작품과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는 해외 공연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유럽 곳곳이 도시를 봉쇄했고 공연예술의 거점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연극 극장도 문을 닫았다. 극장 경영자와 공연예술 종사자는 관람 수입이 없어지자 국가가 예술을 대하는 방식을 확인했고, 연극의 존재 양식을 돌아봤다. 서유럽권 정부 대부분이 구제금융으로 예술 기관의 숨통을 틔워준 반면, 독일을 제외하면 극장 소속 노동자의 기초생활을 챙기는 체계는 허술했다. 프리랜서 예술가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는 지원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결과적으로 전염병 창궐은 세계 주요 극장이 연극의 디지털 스트리밍 시행을 생존 차원에서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현행 디지털 스트리밍이 ‘눈에 보이지 않는 관객’을 연극의 4요소로 포용할 수 있는지, 3차원을 2차원에 가둔 기존의 공연 영상 촬영과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극장 수뇌부의 판단은 엇갈린다. 베를린 샤우뷔네 예술감독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디지털 수준으로 공연예술을 재창조하는 건 불가능하며 현재의 디지털 스트리밍은 마약중독자에게 건네는 진통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샤우뷔네는 거리두기 배치로 소수의 관객을 받더라도 지방 정부의 지원으로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 엔티 라이브 방식의 스트리밍에 샤우뷔네가 발을 들이는 순간, 경쟁할 상대는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의 플랫폼으로 바뀐다.

영국 국립극장은 코로나 초기 엔티 라이브 상영관인 영화극장까지 문을 닫자 PC, 모바일에서 관람이 가능한 ‘엔티앳홈’(National Theatre at Home)을 병행한다. 되도록 상영관으로 행차해 정해진 시간에 주변 관람자와 영상을 즐기는 형태를 유도하면서 영국 국립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객’을 범주화했지만 엔티앳홈을 시행하면서 디지털 생태계의 급변을 체감한다. 연극극장이 문을 닫고 영화 촬영이 중단된 동안, 영국에선 TV 드라마가 연극에서 호평받은 인물이 오를 유일한 터전이 됐다. 연극과 드라마 문법 사이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양측에서 독백과 삽화적 스토리텔링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영국 극작가 아비 모건, 루시 커크우드가 주목받았다.

‘시어터 넷플릭스’를 출범한 넷플릭스는 엔티 라이브 라인업에 오를 만한 고품격 작품의 영상물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미 넷플릭스 요금제에 길든 고객의 소비 행태에 맞춰 월 구독료 결제창을 열었다. 후발 플랫폼인 아마존프라임은 과거 엔티 라이브로 유통된 작품을 자사 서비스에 틀면서 엔티앳홈의 직접 경쟁자로 부상했다. 브릿박스, 스테이지러시아 등 신생 플랫폼이 연극의 어설픈 영화적 각색을 넘어 전용 연극 디지털 플랫폼을 지향한다. 디즈니, 애플TV도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연극 영상화에 투자할 전망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연극의 디지털 스트리밍을 기회로 간주한 극장은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TA),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다. ITA 예술감독 이보 반 호프의 코로나 초기 대처는 민첩했다. 지난해 3월 극장이 문을 닫자, 보카치오 ‘데카메론’을 바로 녹화했고, 이타(ITA) 라이브를 시작하면서 열 편 가까운 작품을 스트리밍으로 제작했다. 대중음악 촬영 문법에 능숙한 TV 제작진을 연극극장으로 끌어들여, 기존 엔티 라이브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2014)의 스펙터클을 이타 라이브로 송출했다. 스트리밍 결제자의 60퍼센트가 이타 라이브를 처음 접하는 인구다. 반 호프는 디지털 스트리밍에서 관람자가 공동체 일원으로 정서를 나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2016년부터 영화제작사 고몽 파테의 자회사 파테 라이브와 협업해 연간 프로그램의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파테 라이브는 볼쇼이 발레와 코메디 프랑세즈 공연물을 독점 제작, 세계 70여 개국에 배급한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시즌당 작품 세 편을 파테 라이브로 소화했고 ‘스카팽의 간계’는 관람자 수 10만을 넘기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극 공연 영상물이 됐다. 세부적으론 라이브 관람자 3만 1천 명, 지연 관람자 3만 명 외에 학교 청소년 교육물로 4만 명이 시청했다. 파테 라이브 관람층의 80퍼센트가 지방에 거주하고 이들 중 40퍼센트는 코메디 프랑세즈를 방문한 적이 없다. 파테 라이브의 활황은 그동안 각국 수도에서 벌어지는 전통 방식의 연극 상연이 지방 거주자를 얼마나 소외시켰는지를 입증한다.

NT Live ‘폴리스(Follies)’ NT Live ‘폴리스(Follies)’

엔티 라이브 ‘폴리스’(Follies, 10.2., 6.-7., 17.)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런던 로열 코트 시어터 예술감독(2006~2013)을 지낸 도미닉 쿡이 연출한 2017년 작품이다. ‘우매함’을 뜻하는 ‘폴리스’는 은퇴한 쇼걸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 제임스 골드먼 원작을 바탕으로, 1971년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이 초연됐다. 재공연마다 악보와 등장인물의 설정이 빈번하게 바뀌었고 같은 쿡 버전이지만 2017년 엔티 라이브 버전 이후 2019년 쿡 감독의 극영화에는 젊은 산드라 역이 사라졌다. 양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 뮤지컬의 향수를 자아내려는 손드하임의 의도를 쿡은 전통 뮤지컬 문법으로 존중했다. ‘Broadway Baby’ ‘I’m Still Here’의 넘버를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체험하듯 상영관에서 흐뭇하게 관조한다.

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엔티 라이브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10.2.-3., 6.)는 2010년대 영국 연출가 가운데 독보적 업적을 남긴 제이미 로이드의 2019년 작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원작 배경과 캐릭터를 영국 실정에 맞춰 변형했다. 시라노의 평생 연인 록산을 흑인 배우 아니타 조이 우와예가, 록산의 파트너 크리스티안을 인도계 에벤 피게르도가 맡아 현대 영국의 인종 분포를 반영했다.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스타덤에 오른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 매커보이가 시라노를 맡아 인물들과 랩으로 대립하고 화해한다. 길거리 건달들이 쓰는 비속어를 비트박스로 녹이는 각색은 마틴 크림프가 담당했고, 영리한 운율이 가히 ‘제2의 원전’급이다. 프랑스 고전문학을 영국식으로 차용해 오리지널의 가치를 확장했다. 로이드는 매커보이를 추남 역할에 투입해 관객이 시라노의 극 중 처지를 더 연민하게 했다.

ITA Live ‘오이디푸스(Oedipus)’ ITA Live ‘오이디푸스(Oedipus)’

이타 라이브 ‘오이디푸스’(Oedipus, 10.8.-9., 16.)는 런던 알메이다 극장 출신의 로버트 아이크가 2018년 ITA에서 소포클레스 원작을 네덜란드어 버전의 현대물로 연출했다. 기존 작이 ‘부친을 살해하고 모친과 결혼’하는 신탁에 몸부림치는 오이디푸스의 역경에 초점을 둔 반면, 아이크는 가족이 정치의 허울을 덮었을 때 빚어지는 권력관계와 개인의 자아 보존에 집중했다. 선거 당일 출구 조사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섣부른 정치 보복을 언급하면서부터 관람객은 인물이 처할 비극을 예감한다. 아이크는 원작 플롯에 얽매이지 않고 실존의 위기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최대한 느리게 전개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보듯 외면하고픈 고통을 관객이 오랫동안 지켜보라는 의도다. 힐데가르드 베흐틀러가 디자인한 하얀 벽에 줄이 그어지면서 공적, 사적 공간으로 나뉠 때의 서늘함이 화면 밖으로 전해진다.

Pathe Live ‘스카팽의 간계(Les Fourberies de Scapin)’ Pathe Live ‘스카팽의 간계(Les Fourberies de Scapin)’

파테 라이브 ‘스카팽의 간계’(Les Fourberies de Scapin, 10.9.-10., 15.)는 몰리에르 희곡을 그리스계 프랑스 극작가 드니 포달리데스가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연출한 2017년 작이다. 스카팽 역의 벵자맹 라베르네를 비롯해 질 다비드, 디디에 산드레 등 베테랑 배우들이 코메디 프랑세즈 특유의 코메디아델라르테(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가면 희극)를 구현했다. 그동안 코메디 프랑세즈가 배우들과 구축한 작은 세계가 무엇인지를 영상물로 살피는 계기다. 배우들이 평소의 자신 생각을 교환하듯, 극 중에서도 웃고 떠들면서 프랑스식 프티부르주아의 전형을 드러낸다. 크리스티앙 라크루아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선 화려한 다국적 성향을 강조했지만 여기에선 코메디 프랑세즈가 걸어온 예술사를 차분히 관찰해 소박한 의상을 디자인한 것도 이채롭다.

글. 한정호 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월간 ‘객석’에서 클래식 음악과 무용을 담당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정책·지원 소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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