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엔통이의 동요나라2>
국악의 ‘밭’을 뛰노는, 아이들의 파수꾼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를 마음먹은 대로만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어린이들은 본인의 속도대로 큽니다. 맘처럼 되지 않는 아이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호밀밭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는 4월 19일부터 5월 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엔통이의 동요나라2>가 바로 그곳인데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든든한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에게 즐거운 세상을 선물할 예정입니다.
<엔통이의 동요나라2>의 주인공은 교진입니다. 그야말로 ‘미운 여섯 살’, 유치원 최고 말썽꾸러기이죠.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느린 탓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교진이. 친구들과 함께 노는 날보다 홀로 악기를 두드리는 것이 더 익숙한 아이랍니다.
어느 날 교진이에게 아주 특별한 친구가 찾아옵니다. 바로 ‘엔통이’인데요. 교진이는 엔통이를 따라 악기나라를 방문하게 되고, 여러 악기 친구들과 교제하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웃음을 잃어버린 교진이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지 않나요?
<엔통이의 동요나라2>의 극작가 이가현은 실제 여섯 살 아들을 키우며 느낀 점을 온전히 대본에 풀어냈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대본은 마음놀 심리상담센터 상담사 이남의, 아동극 전문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황하영, 아이들극장 예술감독 김숙희 등에게 자문해 체계적으로 개발됐습니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극작가는 물론 아동심리 상담사와 아동극 전문가의 혜안이 녹아든 <엔통이의 동요나라2>는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동안 연령 맞춤형 국악 공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는데요. 2004년 초연 이후 8년간 꾸준히 선보인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2004~2011), 매 공연 매진을 기록한 <땅속 두더지, 두디>(2013~2015)와 <아빠사우루스>(2016~2017)가 대표적이고요. 2021년 초연한 <엔통이의 동요나라2>는 <엔통이의 동요나라>(2018~2019)의 두 번째 시리즈입니다. 국립극장 캐릭터 ‘엔통이’와 함께 친숙한 동요를 국악 연주로 즐기는 작품입니다.

동요와 국악으로만 채워진, 무해한 악기나라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동요’는 좋은 영향을 줍니다. 동요는 ‘음악’과 ‘시’가 결합한 아름다운 장르죠. 7세까지는 아이의 청각이 빠르게 발달하는 때인데요. 동요를 많이 들으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동요는 일정한 형태로 후렴구가 반복되며 즐거운 리듬을 선사하고, 노랫말에는 밝은 에너지가 담겨 있어서 동요를 자주 접할수록 긍정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죠.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엔통이의 동요나라2>를 위해 전래동요와 창작동요를 엄선해 편곡 작업을 진행했어요.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창작동요까지 총 16곡이 연주될 예정입니다. 친숙한 동요 ‘꽃을 꺾지 마세요’(작사·곡 김진영),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작사 정수은·작곡 임수연), ‘뚤레뚤레’(작사·곡 신창렬) 등과 새로운 창작동요 ‘내 말은 말’(작사 이가현·작곡 함현상), ‘오늘 기분’(작사 이가현·작곡 함현상), <엔통이의 동요나라> 주제가인 ‘엔통이의 노래’까지 즐길 수 있는데요. 주목할 점은 이 모든 동요가 ‘국악 연주’로 재탄생한다는 겁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제가 ‘바나나차차’를 국악 버전으로 편곡한 선곡이 눈에 띕니다. 이 곡은 대중가요·트로트·클래식 음악 장르에서는 커버 작업이 이미 이루어졌으나 국악 버전 편곡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우리 선율로 재해석한 동요가 어린이 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엔통이의 동요나라2>의 음악감독은 함현상이 맡아 꼼꼼한 작·편곡을 진행했고요. 제22회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하얀 눈썹 호랑이>로 최고인기상과 음악부분상을 수상한 정종임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를 지낸 이승훤이 포디움에 서서 음악적 완성도를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원 14명이 함께해 조화로운 하모니를 완성합니다.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가야금·거문고·대금·아쟁 등 국악기 소리를 구분해 들려주어 전통악기가 지닌 고유의 음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동요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을 때 가장 울림이 큽니다. 주인공 교진이 역에는 2021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역배우 이윤서·최준희가 무대에 올라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악기나라 친구들 역에는 전문 소리꾼 윤지선(엔통이 역), 심소라(까르르 역), 서어진(까칠이 역), 이원경(선생님 역)이 맡아 국악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새로운 매력의 동요를 선사합니다.
공연장은 악기놀이터로 변신합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 중앙에 매달린 커다란 풍선은 다양한 영상을 담아내며 어린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에요. 무대디자인을 맡은 김대한 디자이너는 정종임 연출가와 어린이 소리극 <하얀 눈썹 호랑이>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연극 <그리고 또 하루>로 2012 서울연극제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라면, <엔통이의 동요나라2>에 초대합니다. 이 세상에는 ‘다정한 동요’와 ‘신나는 국악’만 가득합니다. 혹여나 낯선 악기나라에서 아이들이 헤맬까 봐 걱정된다고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길잡이가 되어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음악의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의 찬란한 순간을 두 눈에 가득 담기만 하면 됩니다.

글. 장혜선 월간 『객석』 수석기자, 바른 시선으로 무대를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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