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해외 국립극장 축제
시대를 반영하는 다차원적 축제
대한민국 국립극장에서 주최하는 <여우락 페스티벌>. 우리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음악가들의 축제다. 이처럼 여러 나라의 국립극장에서도 특색 있는 축제를 열고 있다. 노르웨이 국립극장의 <입센 페스티벌(Ibsen Festival)>, 영국 국립극장의 <커넥션즈 페스티벌(Connections Festival)>,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의 <베리만 페스티벌(Bergman Festival)>을 알아본다.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명성을 국가 대표 페스티벌로 이어가는 노르웨이 국립극장

「<페르 귄트(Peer Gynt)> 입센 페스티벌에 오르다」는 1928년 3월 24일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이다. 약 100년 전, 미국 뉴욕의 한 신문이 노르웨이 소식을 전함이 놀랍다. 기사는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의 탄생 100주년 축하 공연을 위해 노르웨이에 초대된 손님과 배우들, 노르웨이 작곡가인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의 음악 무대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다. 첫 번째 입센 페스티벌이 열리고 62년 후인 1990년부터 노르웨이 국립극장은 입센 페스티벌을 2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입센이 여전히 우리 시대에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극시 「페르 귄트(Peer Gynt)」(1867)를 비롯해 희곡 「인형의 집(A Doll’s House)」(1879), 사회극 「물오리(The Wild Duck)」(1884), 희곡 「바다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the Sea)」(1888), 희곡 「건축가 솔네스(The Master builder)」(1892) 등 시간을 초월한 작품성도 이유이지만, 노르웨이 국립극장을 필두로 다양한 문화예술 인사들이 그의 작품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1870년대에 쓰인 「인형의 집」의 주인공 ‘노라’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라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마지막엔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가정을 떠난다. 그가 작품에서 가정을 떠난 기혼 여성을 다룬 것은 입센 자신이 사는 시대의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대성은 입센 페스티벌에 의해 변화를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확장성은 노르웨이의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994년 입센 페스티벌 때는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배우 사미나 피르자다(Samina Peerzada)가 <인형의 집>을 공연했다. 주인공인 노라의 메시지가 파키스탄이란 환경에서는 더 강렬하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긴장했지만, 사미나 피르자다는 노라의 춤을 추는 장면 대신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각색했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는 언제나 남편 뒤를 쫓아가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처음으로 남편과 나란히 걸어가는 기분이라 회상했다. 2018년 입센 페스티벌에서는 ‘국제 입센 상(International Ibsen Award)’을 받은 스위스 연출가 크리스토프 마르탈러(Christoph Marthaler)의 작품을 선보였고, 2021년 입센 페스티벌에서 노라는 ‘아이를 데리고’ 가정을 떠난다. 입센 페스티벌은 단순히 노르웨이의 작품을 세계에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입센이라는 극작가의 선구적인 작품을 기념하는 전 세계 연극인들의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셰익스피어를 꿈꾸는 미래 세대에게 무대를 선사하는 영국 국립극장

영국 국립극장은 노르웨이처럼 자국의 대표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위한 페스티벌을 개최할까? 그렇지 않다. 영국은 미래의 셰익스피어를 배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영국 국립극장에서 매년 열리는 커넥션즈 페스티벌은 전국 청소년 연극 축제다. 27주년을 맞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도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영국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영국 국립극장이 10편의 작품을 선정하면 전국의 젊은이들은 주로 학교 연극부에서 이 중 한 작품을 연습하고 발표한다. 영국 국립극장은 이들 중 가창성, 명확한 스토리텔링, 확신 및 에너지를 기준으로 선정된 10개 팀을 커넥션즈 페스티벌에 초대한다.
커넥션즈 페스티벌의 파급력은 숫자로 증명됐다. 올해도 228개 청소년 그룹 및 5,4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전국 28개 파트너 극장 중 한 곳에서 작품에 참여했다. 커넥션즈 페스티벌은 관람객의 눈 맞춤을 위한 무대만이 아니라, 수천 명의 학생을 전문적인 연극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공연예술 산업에서 경력이 될 귀중한 경험과 관객과의 접촉면을 쌓아가게 했다.
이것이 영국식 육성책이다. 국제 문화·교육기관인 영국 문화원(British Council)의 창조 경제 부서 담당자는 전 세계의 유망한 기획자들을 초청해서 영국의 출판업계와 문화계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 기획자들은 자국에 돌아가서 이 인맥을 활용한다고 했다. 커넥션즈 페스티벌의 목적은 위에서 언급한 창조 경제 부서 담당자의 설명과 상통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더 크고 높은 꿈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레터 L중 마디 322부터 마디 373까지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을 기리는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Royal Dramatic Theatre)은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의 이름을 딴 베리만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잉마르 베리만은 영화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산딸기(Wild Strawberries)> <페르소나(Persona)> 등을 연출한 스웨덴 대표 영화감독인 동시에 극작가로도 활동하며 172편의 연극을 연출한 문화예술계 거장이다.
2007년 잉마르 베리만이 타계한 후 당시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의 감독이던 스타판 발데마르 홀름(Staffan Valdemar Holm)이 잉마르 베리만을 기리는 국제 연극제를 개최하자고 제안해 2009년 제1회 베리만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8년의 베리만 페스티벌은 잉마르 베리만 탄생 100주년과 함께했다. 당시 베리만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이던 에이리크 스투뵈(Eirik Stubo)는 “축제의 50%는 베리만과 관련된 영화나 책, 나머지 50%는 현대 연극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브라질 작곡가 주앙 맥도웰(Joao Macdowell)은 <제7의 봉인>을 콘서트 버전으로 각색하고, 이란의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Amir Reza Koohestani)는 테헤란 소녀의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연극 <청각(Hearing)>을 연출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베리만 페스티벌은 이어졌다. 2020년 9월로 예정되었던 제5회 베리만 페스티벌은 세계 여러 감독의 ‘드라마와 예술의 미래에 대한 디지털 대화’로 개최됐다. 제5회 베리만 페스티벌 영상은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된 <예술과 위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청할 수 있다.
앞으로의 베리만 페스티벌은 이전과 달라질 예정이다. 국제 연극을 위한 만남의 장소였던 베리만 페스티벌은 2022년과 2023년 시즌 동안 게스트 공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2021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술작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가 뮤지컬 작품 <시빌(SIBYL)>로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을 방문했고, 2021년 12월에는 폴란드의 일반극장(Teatr Powszechny)이 <나의 투쟁(My Struggle)>이라는 게스트 공연을 선보이며 새로운 베리만 페스티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한민국 국립극장에서도 매년 여름 <여우락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 7월에도 전통음악과 다양한 예술 장르가 만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제13회 <여우락 페스티벌>을 국립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K-팝을 필두로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지금,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을 통해 시대를 위한 축제에 관해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글. 김승민 동시대 큐레이팅 박사이며 다양한 문화예술적 가치를 공유하고, 경험을 함께 나누는 450여 명의 국내외 문화예술 베테랑들로 이뤄진 글로벌 커뮤니티인 슬리퍼스 써밋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