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사람들

무대예술부 책임음향감독
화려한 조명 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극장 곳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공연을 볼지라도

1층 객석 뒤편에 위치한 커다란 콘솔 앞에 서서,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그곳이 무엇을 위한 자리인지, 거기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고, 어떤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공연 후기에 음향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온다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람. 음향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음향감독이란?

음향감독은 관객이 소리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공연 전·후 객석에 흐르는 안내 음성부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무대 위 모든 소리 요소가 더 부각되게 만들기도 하고, 더 은밀하게 들리도록 조정하기도 한다. 이때, 공연에 따라 관객에게 소리가 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스피커 위치를 설계하고 효과적인 스피커 및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음향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분하는 음향감독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다. 무대에서 공연을 만들고 운용하는 무대음향감독, 녹음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편집·믹싱·마스터링 하는 음향감독, 영화나 방송·광고에서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포스트프로덕션·폴리 음향감독, 방송국에서 송출을 담당하는 방송음향감독이다.
국립극장의 음향감독은 무대예술부 소속이다. 총 8명의 무대음향감독이 상주하며. 이들은 사운드 디자이너, 시스템 엔지니어, FOH 믹싱 엔지니어, 모니터 믹싱 엔지니어, 방송 실황송출 믹싱 엔지니어, RF 엔지니어, 메인테이너, 장비 매니저 등 세분화된 업무를 맡고 있다.

‘국립극장’ 음향감독의 역할

국립극장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각 전속단체에 걸맞은 음향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핀마이크를 많이 쓰는 국립창극단의 경우 매일 사용할 무선마이크의 주파수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마치 일기예보를 보듯이 말이다. 배우의 위치나 동선에서 간접 주파수가 생기진 않는지, 마이크 송신기 혹은 수신기에 이상이 없는지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음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연 음악 재생을 많이 하는 국립무용단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해 조절하는데 간혹 장비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예비 장비까지 갖춰 상시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한다. 또한 무대 기계·조명·영상 등의 장치와 연동이 필요한 경우, 쇼 컨트롤이라 하는 통합 시스템의 연동 상황까지 확인해야 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각각의 연주 환경만큼이나 연주자 모니터 시스템도 중요하다. 따라서 공연 전에 연주자와 마이크, 모니터, 스피커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국립극장은 대극장 1개 중극장 2개 소극장 1개를 갖추고 있고, 때에 따라 해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야외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공연이 많은 시기에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그다음 공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대예술부에 속하는 모든 직군이 그러하듯 공연이 없을 때에도 늘 공연에 대비하며 장비를 정비해야만 한다. 앞으로 진행될 공연 기획안을 검토하고, 필요한 음향 장비와 인력에 대한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각 공연에 들어갈 장비의 설계도면을 그린다. 때에 따라 지방이나 해외 공연 시 공연 장소를 3D 모델링화해 음향 예측 프로그램을 통한 객석 사운드를 체크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에 사용할 효과음이나 음원 녹음도 음향감독의 몫이다.

음향감독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것

예전엔 음향기사라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무대예술전문인 중 하나로 음향감독이라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전엔 음향감독이 되려면 전기·전자·통신 관련 학위를 취득하고 실무경력을 쌓거나 음향학과가 있는 외국에서 유학해야만 했다.
하지만 1999년 5월, 무대 기계·무대 조명·무대 음향 분야의 무대예술전문인 국가자격증제 도입을 통해 무대예술 분야 전문 인력 확충과 저변을 확대하고자 공연법 제4조에서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제도를 도입했고, 약 15년 전부터 대학에 관련 학과도 생기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공연법 제16조 1항에 따라 500석 이상의 공공 공연장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연장에는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 배치해야 한다. 국립극장 역시 공공 공연장의 하나로 이에 속한다.
실제로 국립극장의 지영 책임음향감독은 무대예술전문인 무대음향 1급 자격증과 한국음향학회에서 주관하는 음향전문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직원이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위 과정에서 배우는 지식이나 자격증만큼이나 여러 협업진과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긍정적인 생각’, 정성 들여 만드는 ‘장인정신’, 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철저함’ 역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은 공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연이 없으면 자연스레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연 전·후엔 사전 준비를 위해, 공연이 있는 기간과 유사하게 잦은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 요즘같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음향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들렸을 때 오는 기쁨과 보람 때문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당연하다 여길지 모르는 것들.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흐르는 극장 내 모든 소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음향감독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 위 기사는 국립극장 무대예술부 책임음향감독 지영 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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