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사람들

교육전시부 예술교육팀
화려한 조명 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극장 곳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예술로 삶을 배우는 방법

2014년생 만 8세부터 1954년생 만 68세까지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이들의 나이 차를 무색하게 하는 곳이 있다. 국립극장 예술교육 현장이 그러하다. 어린이 예술학교의 주니어 수강생부터 전통예술아카데미의 시니어 수강생까지, 저마다의 관심과 취향에 맞춰 발걸음한 이들에게는 어떤 경계도 구분(장애)도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은 그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예술교육 수강생일 뿐이다.
이렇게 ‘동등’ 혹은 ‘평등’이라는 개념을 상기할 때,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핀란드의 ‘평등주의 노르딕 제도(Equalitarian Nordic System)’다. ‘평등’은 수업료 없이 무상으로 운영되는 수업에 한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일반 교과뿐 아니라 교재와 소풍 비용 그리고 급식비까지 제반 비용도 포함된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모두 포함하며, 성인이 참여하는 평생교육기관의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공교육의 현장 핀란드에서 예술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핀란드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역예술센터 네트워크, ‘타이카람푸(Taikalampu)’를 운영한다. 핀란드 수도에 위치한 대표적인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를 비롯한 전 지역의 11개 아트센터의 정보를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 작업실에서 연극·작곡·무용·시각예술 등의 활동을 하는데,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진짜 전문가를 위한 공간과 같은 작업실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에서는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주도적으로 예술교육을 이끈다. ‘모두를 위한 훌륭한 예술 성취(Achieving Great Art For Everyone)’를 모토로, 청소년 이하 모든 어린이가 풍부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10개의 브리지 오가니제이션(Bridge Organizations)을 선정하고 지원한다. 여기서 브리지란 전국 단위로 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를 어린이와 청소년에, 지역사회를 예술가와 예술기관에, 박물관을 도서관에 연결하는 것이다. 영국예술위원회가 선정한 10개의 브리지는 웹사이트(www.artscouncil.org.uk)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핀란드나 영국과 같은 국가 차원의 협업이나 연결은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2006년 6월 29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 활성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국립극장에서는 이보다 앞선 1983년 문화학교(~2007년)를 시작으로 재외동포 예술인 초청 연수(1991~2004년), 전국 초·중·고교 무용·연극 지도교사 연수(1994~현재_교사직무연수 포함), 청소년 문화공간 탐방(1998~2010년), 문화동반자(2007~2017년) 등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리고 2012년 직제 개편과 함께 예술교육팀이 신설되면서 2012년 전통예술아카데미(2012년~현재)와 창극아카데미(2013년~현재), 여우락 아카데미(2013년~현재) 등을 개설해 대상별 유형별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층 본격적인 예술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예술교육팀(이하 예교팀): 국립극장 예술교육팀은 ‘전통예술의 대중화’라는 대의 아래 국립극장의 인적·물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콘텐츠를 일반에 제공하고 있어요. 현재 ‘관객예술학교·창극아카데미·어린이 예술학교·외국인 아카데미·여우락 아카데미·교사직무연수’ 이렇게 6개 범주로 구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관객예술학교는 ‘아마추어 관현악단’과 ‘전통예술 아카데미’로 나눠서 운영하고, 창극아카데미는 입문반과 심화반으로, 어린이 예술학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 2~3년을 기준으로 매년 300명 이상의 수강생이 국립극장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함께해요.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개설하지 못한 수업을 대신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하기도 하고, 줌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이색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수강생들의 열렬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어 좋았죠. 특히 온라인 예술학교(어린이 예술학교)를 열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학생들이 조금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수업을 마칠 무렵에는 아쉽다며 수업을 또 열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일부 학생은 눈물을 보이기도 할 정도였어요.

국립극장의 예술교육은 대부분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다. 물론 공연예술특강(2015~2021년)처럼 강의가 주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습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웠던 지난 2020년에는 7월부터 <오예: 오늘의 예술, 5분 예술-창극 발전사 타임라인>이란 영상을 시작으로 전통예술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상 콘텐츠가 공연예술특강과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강의 영상을 포함해 어느덧 45편에 다다른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국립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심층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고, 점차 그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정 예술에 대한 한정적 자원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극장의 예술교육. 이 모든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인물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예교팀: 예술교육팀 전원이 교육을 전공하거나 전통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무용·연극·음악학처럼 예술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긴 해요. 또 채용 과정에서 필수 조건은 아니었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이나, 예술강사 경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죠. 예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오히려 사범대를 나온 교육전문가보다 전문 강사와 수강생 사이를 잇는 데 더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각 프로그램의 말미에 진행되는 수료공연과 교육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까지 도맡아 한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명시돼 있는 문화예술교육사의 직무, ‘분석·기획·진행·평가·교수활동’에서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에 추가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지 말이다. 예술교육팀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예교팀: 기성세대는 도제식 교육에 익숙해요. 예술 분야에선 더 강조되는 교수 방식이죠. 하지만 현세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통해 사고하고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죠. 창조적인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하나의 장이 되는 거예요. 그 안에서 더 깊이 빠지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겠죠. 점차 이런 예술교육이 당연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교육이 뭐예요?”를 외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봐야 하는 거죠.

대부분의 직군이 그럴 테지만, 예술교육팀의 업무는 ‘교육’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에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자이자 홍보·마케터인 이들은 출석부를 챙기는 조교이기도,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보건교사이기도, 수강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담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예술교육의 비전과 국립극장 예술교육의 질적 확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예교팀: 예술교육에 대한 비전은 무척 밝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고 있고 그 중요성과 필요성도 더 강조되고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국립극장에 예술교육팀이 존재하고, 더불어 이곳의 인적·물적 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죠. 물론 여전히 교육을 위한 전용 공간이 없다는 점은 아쉬워요. 또, 매 프로그램이 새로워야 한다는 인식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예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일회성으로 끝내기 아쉬운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러나 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수강생 수와 운영 기간은 매우 한정적이죠. 그럴 때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의 콘텐츠로 전환해 극장이 아닌 곳에서도 누구나 쉽게 다시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립극장의 예술교육이니만큼 전통예술의 창구가 될 만한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독일 문화부 장관이던 베언 노이만(Bernd Neumann)은 “문화와 문화교육은 한 사회를 유지하고 좀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중요한 사회적 유산을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후세에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 진정한 예술교육의 함의를 곱씹어볼 때다.

※ 참고 자료 곽덕주·남인우·임미혜, 『예술이 교육이다_유럽에서 만난 예술교육』(2015, 서울문화재단).
임학순·선걸, 「문화예술교육사 국가자격증제도 도입에 따른 문화예술교육사 역량 개발방향 모색」(『문화예술교육과 문화정책』, 2016, 콘텐츠산업과 문화정책연구소).
이정화, 『문화예술교육의 이해』(2014, 커뮤니케이션북스).
※ 본 기사는 예술교육팀, 김민지·정윤선·전소희 님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글.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월간 국립극장> 구독신청 <월간 국립극장> 과월호 보기
닫기

월간지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은 홈페이지 회원 가입 시 신청 가능하며, 다양한 국립극장 소식을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편리하게 '월간 국립극장'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회원가입 시 이메일 수신 동의 필요 (기존회원인 경우 회원정보수정 > 고객서비스 > 메일링 수신 동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