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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맞이 탈춤잔치>
액운 몰아내고 복을 불러오다
1976년 2월, 악귀를 물리치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던 민속놀이가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화려한 모양새로 심미감을 뽐내는 가면도 있을 테지만, 이날 무대에는 부정적 기운을 덜어내고 벽사 기능을 수행하는가면으로 가득 메워졌다. 그날의 공연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우리 민족은 대보름(음력 정월 보름날, 음력 1월 15일)이 되면 악귀를 물리치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를 치렀다. 이때 풍물패나 탈춤(가면극) 등이 공연되는데, 이는 흥을 돋우기 위함도 있지만 예로부터 액운을 떨쳐낸다는 탈(가면)의 역할이 주요하다. 탈춤의 대표적 배역인 취발이·팔먹중은 복숭아나무 가지나 버드나무 가지를 흔들며 뒤에 나온 먹중을 때려 귀신을 쫓아내는 벽사(辟邪) 기능을 한다. 또 말뚝이 역은 권위적이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양반·영감 등을 풍자하며 민중 사회에서 부정적 기운을 떨쳐버리는 역할을 했다.1

국립극장은 대보름을 맞아 1976년 2월 13~15일, <대보름맞이 탈춤잔치>를 대극장(現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한 해의 액운을 막고 국가의 번성을 기원하고자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탈춤 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이 공연은 산대놀이에서 파생돼 송파·양주·봉산 등 6개 지역에서 특색 있게 발전한 탈춤을 보여주는 잔치였다. 프로그램북(자료번호: CPR01460)에는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 ‘봉산탈춤’ ‘강령탈춤’ 등이 공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공연된 탈춤은 산대놀이에서 파생됐다. 산대놀이는 산대라는 거대한 구조물 앞에서 500여 명의 전문 연희자가 한데 모여 공연하던 것을 말한다. 이는 조선 후기 점자 쇠퇴해 사라졌고, 산대 앞에서 벌이던 놀이는 상업이 발달한 애오개·녹번(구파발)·사직골·노량진 등지에서 주로 공연되며 이어졌다.
‘송파산대놀이’가 전승된 송파나루는 오강의 하나로 조선 후기 전국에서 가장 큰 향시 중 하나인 송파장이 서던 곳이다. 시장 상인의 지원 아래 송파산대놀이가 전승될 수 있었다. 송파산대놀이는 깃을 들고 극의 등장 순서대로 줄지어 입장하는 길놀이로 시작되는데, 길놀이는 마을 전체를 돌며 잡귀를 쫓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 자료(자료번호: IPH00148-15)로나마 ‘송파산대놀이’를 마주하는 모든 이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2023년의 봄을 기다려본다.

1 전경욱, 『산대희와 본산대놀이』, 민속원, 2021, 206쪽
  • ※프로그램 정보
    · 공연명
    <대보름맞이 탈춤잔치> -한국탈춤을 총망라한 가면극 공연의 대향연-
    · 공연일자
    1976.02.13.~15. 3시
    · 공연장소
    국립극장 대극장
    · 출연진
    정대윤·함춘길·오정두·김기수·허호영·양소운

※ 공연예술박물관 이용 안내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45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별별스테이지(http://archive.ntok.go.kr) 통해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이 가능하며, 박물관으로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공연예술자료실 02-2280-5834

글. 한빛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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